가두리 양식장이 따로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딸, 언니, 며느리, 엄마, 와이프.. 이름으로 주어진 가두리양식장에서 책임을 해내느라 "나"라는 사람은 잊고 지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뭐 좋아해?"라는 질문에 "그냥, 너 좋아하는 거 먹자"라는 대답을 했습니다.
오늘은 나에 대한 여정, 온전히 나를 드러내 보여야 되는 글쓰기를 해보기 위해 추천받은 책, 은유 작가님의 <글쓰기 최전선>을 읽어보았습니다.
"글 쓰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한 사람이 직업의 틀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존재로 변신할 때 자기 삶의 풍요를 누릴 수 있고 타인 삶에 대한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다"라는 말이 제일 와닿았습니다. 스스로가 만든 테두리 안의 책임감에서 "나"를 잃지 않게 하는 게 글쓰기라는 생각이 들어 꽉 막힌 생활 속에 꾸역꾸역 글쓰기를 밀어 넣었습니다. 반찬 준비하다 쓰고 청소하다 쓰고 출근하며 쓰고, 일하다 짬 내서 쓰고.. 이게 글인지 메모인지 모르지만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부엌에서 그런 모습을 신랑이 보면서 "다 해놓고 하지, 뭐 하는데?"라며 핀잔을 줄 때마다 글을 쓰면 화가 줄어드는 경험을 하다 보니 신랑의 핀잔 소리가 들리면 연필을 잡게 됩니다. 마치 파블로프의 개의 실험처럼....
모든 문장이 다 제 마음 같았지만 그중에서도 이 시점에 저에게 가장 와닿은 문장 몇 개를 가져와 봤습니다.
P80 :글쓰기는 질보다 양
아무리 보잘것없고 초라하게 느껴져도 자기 능력에서 출발하기. 일단 써봐야 어디까지 표현이 가능한지, 어디 가 약한지, 어디가 좋은지 볼 수 있다. 글쓰기 초기 과정은 '질'보다 '양'이다.
-알면서도 다 공개된 블로그에 쓰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저는 용기 내봅니다. 맞춤법은 네이버가 고쳐주고, 퇴고는 지금의 내 능력 안에서 하고, 마치 빨간 펜 선생님이 내 블로그에 빨간색으로 다 색칠할 것 같지만 그냥 써 내려가봅니다.
P113 :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책을 읽어야 세상을 보는 관점이 넓어지고 사람을 이해하는 눈을 키운다. 세상은 어떤 것이구나 통찰을 얻는다. 모국어의 선용과 조탁, 표현력을 배운다. 좋은 문체에 대한 감을 잡는 것인데, 총체적으로 글을 보는 '안목'이 생기는 것이다. 좋은 글을 쓰려면 좋은 독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하나다. 내가 내 글의 첫 독자이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과정은 곧 부단히 읽는 과정이다. 한 문장 읽고 한 문단 쓰고 읽고 한 장 쓰고 읽는다. 좋은 글에 대한 감각을 길러 놓아야 내 글의 어디가 문제인지 짚어내고 고쳐 쓰면서 더 나은 글을 지향할 수 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내가 몰랐던 감성이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살아가는 것은 그 글을 체득해 볼 기회를 가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읽는 것과 사는 것 사이에
'쓴다'라는 표현은 둘을 연결해 주는 징검다리인 것 같습니다. 읽는 대로 사는 건 타인의 생각대로 살아가며 전혀 나의 모습은 알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글쓰기를 통한다면 타인의 삶을 바탕으로 내 고민과 생각을 통해서 새로운, 이제껏 발견하지 못한 내 모습을 드러내며 살아갈 수 있는 자신이 생기기도 합니다.
P189 : 다른 시각으로 생각하고 내 진짜 느낌에 집중하는 노력이 글을 참신하게 한다.
이 세상에 컵 자체는 없다. 노란 컵, 플라스틱 컵, 종이컵, 깨진 컵만 있을 뿐이다. 사실은 없다. 해석된 사실만 존재한다. 내가 만약 어떤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괴롭히는 대상이 없어져서가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나의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어떤 경험을 했을 때 다른 시각으로 생각하고 내 진짜 느낌에 집중하려는 노력이 글을 참신하게 한다.
-많이 읽는 만큼 많이 생각하고 고민해 봐야 내 모습을 알아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글의 다양성만큼이나 내 숨겨진 감정도 다양할 것 같고 그 감정이 저를 또 어디로 이끌어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P228 :글쓰기는 흩어진 정보와 감정에 질서를 부여하여 "주제"를 부각하는 행위이다.
마음에 걸리는 것 일단 쓰기. 어지러운 생각들을 자유롭게 마구잡이로 풀어놓는다. 그리고 편집하기.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는 것을 판단해서 덜어내고 보완한다. 행동 표정 대화를 떠올리고 그대로 묘사하여 글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이런 식으로 차분히 앉아서 하나씩 써나가는 거다. 내가 쓰고자 하는 화제에 대한 사전적이고 교훈적인 정의를 내리기, 가령 여자에게 커피 심부름 시키지 맙시다가 아니라 '나에게 그 화제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발견해야 한다. 나의 경험의 의미는 미리 주어지지 않는다. 글 쓰는 과정에서 만들어가는 것이다.
-글쓰기 방법을 알려주는데 이해 머리가 늦은 나에게 딱 맞는 것 같습니다. 같은 경험이라도 의미는 다를 테니 글쓰기가 막상 어렵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겠습니다.
추천도서였지만 이 시기에 제일 필요했던 책이었습니다. 글쓰기가 두려워 머뭇거리며 보낸 시간도 아깝지 않다고 이야기해 주는 저자의 글이 용기를 줍니다. 매일 출근해서 쳐내야 하는 일, 퇴근길이면 끝날 것 같지만 아이의 하원과 시작되는 육아, 집이라는 곳에 다시 출근하여 일을 합니다. 그 사이에 끼인 글쓰기 시간은 짧게는 5분, 길게는 10분이지만 그 짧은 글들이 모여 스트레스에 지쳐 건드리기만 하면 울어버릴 저를 위로해 주기 때문에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잘 쓰면 더 좋겠지만 그것도 편견 아니겠습니까? 모르겠습니다. 계속 써나가야죠.
이웃님들에겐 글쓰기가 어떤 의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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